한국의 ‘국평 34평’
한국에서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는 ‘국평34평’이다. 34평형 아파트, 즉 전용면적 약 84㎡ 전후의 아파트를 말한다. 이는 아파트 시장에서 상징처럼 자리 잡은 개념인데, 4인 가족이 살기에 가장 무난하다고 여겨지는 면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고, 매매·전세가 논의된다.
‘국평34평’은 한국에서 주거의 표준이며, 동시에 시장의 기준선이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획일화된 주거 유형은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현상이며, 이 때문에 한국의 아파트는 ‘닭장같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획일적인 주거 형태로 인한 비슷한 생활 방식의 복제가 강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문득, 미국에도 ‘국평 34평’과 같은 개념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미국은 너무 넓다. 그러나, State 혹은 County 단위라도 특정한 주택 평면이나 구조가 사회적 표준처럼 자리 잡고 시장을 이끄는 유형이 존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에는 한국처럼 평형 단위로 규격화된 기준은 없다. 그러나 사회적 맥락 속에서 꾸준히 선호되는 주택 평면은 존재한다. 미국인의 생활 방식과 문화적 가치관을 반영한 전형적인 형태가 있으며, 이 역시 한국처럼 ‘잘 팔리는 집’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인기 있는 주택 유형’을 살펴보는 것이 건축적 흥미를 넘어 실질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주택을 구매하거나 투자할 때, 그 집이 얼마나 보편적인 수요를 충족하는지, 미래에도 매력적인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국평을 이해하는 것이 시장에서 움직일 때 유리한 것처럼, 미국에서 인기 있는 평면 유형을 아는 것이 유용한 지식이 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택 유형을 살펴보고, 왜 그러한 선호가 생겨났는지, 사회적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과 비교했을 때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 유형
미국은 단독주택 중심 사회다. 미국인 대다수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에서 거주한다. 이는 넓은 국토, 자동차 문화, 그리고 도시의 성장 방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 안에서 몇 가지 전형적인 주택 평면 유형이 역사적으로 자리 잡았다.

1. 랜치 하우스(Ranch House)
랜치 하우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국 서부의 목장 주택에서 유래했지만, 1940~60년대 말 대신 자동차가 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 되었다.
단층 구조와 수평적 확장, 거실에서 뒷마당이나 차고로 연결되는 개방적 평면이 특징이며, 차고는 단순한 주차 공간을 넘어 창고·작업실·출입구 역할까지 했다. 넓은 마당, 바비큐 파티, 어린이들이 뛰노는 잔디밭은 미국 라이프스타일의 표준이 되었다.
오늘날엔 말을 타는 사람도 없고, 땅의 효율을 높이고자 층수를 높이는 경향이 있지만, 동시에 단층 구조의 편리함 때문에 고령화 인구에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2. 콜로니얼(Colonial) 양식 주택
서부에 랜치 하우스가 유행했다면, 동부에는 콜로니얼 양식이 유행했다. 이 역시 이름에서 유래를 알 수 있는데, 미국 식민지 시대(17~18세기)에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건축 양식이 미국의 기후와 재료에 맞게 변형된 것이다.
대표적인 특징은 중앙 현관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2층 구조다. 1층에는 거실·주방·다이닝룸과 같은 공용 공간을 두고, 2층에는 침실을 배치하는 식이다. 외관은 벽돌이나 목재로 마감하며, 창문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것이 일반적이다.
동부에서 주택을 설명하거나, 신축 분양을 할 때 사용하는 ‘Traditional’ 이나 ‘Revival’은 콜로니얼 양식을 설명하는 것이며 여전히 인기있는 주택이다.
현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형

1. 오픈 플로어 플랜(Open Floor Plan)
오늘날 미국 주택 시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평면 유형이다. 주방, 거실, 다이닝 공간이 벽 없이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를 말한다. 이 구조는 20세기 중반 이후 핵가족화와 생활 방식의 변화 속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전통적으로 미국 주택의 주방은 집안의 ‘뒤편 공간’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주방은 가족이 모이고 손님을 맞이하는 전면적 공간으로 재해석되었다. 그 결과, 가려졌던 주방이 중심이 되면서 오픈 플로어 플랜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주방이 음식을 조리하는 공간에서 가족이 모이고 손님을 맞이하는 사교적 공간으로 기능하게 된 결과이다. 단점은 거실의 소음이나 주방의 냄새가 쉽게 전달된다는 점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반개방형, 슬라이딩 도어 등을 적용하기도 한다.
오픈 플로어 플랜은 대형 아일랜드 키친, 2층 층고를 가진 거실, 벽 대신 기둥으로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산층 미국인들에게 ‘현대적 생활’의 상징이 되었으며, 교외 주택 신축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2. 투 스토리 패밀리 하우스(Two Story Family House)
소위 말하는 미국 신도시의 전형적인 구조다. 1층은 오픈 플로어 플랜으로 하고, 2층을 침실 공간으로 활용한다. 보통 4bd 3ba 구조가 가장 인기 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분리를 통해 생활의 효율성과 프라이버시를 모두 충족시킨다.
앞으로의 미국 주택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보스턴과 같은 미국 주요 대도시는 주거난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도심 오피스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동시에 주거 수요는 여전히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가격 폭등과 임대료 상승이 겹치면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1. 오피스 개조
미국 대도시에는 팬데믹 이후 비어 있는 오피스 건물이 골칫거리다. 과거 직장인들로 붐볐던 도심의 오피스는 공실률이 20% 이상을 기록하기도 하며, 이는 부동산 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뉴욕과 시카고는 정부 차원에서 오피스 개조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이다. 워싱턴 D.C. 또한 도심 재생 정책의 일환으로 오피스 개조를 장려하고 있다.
오피스 개조는 원래 목적과 다른 건축물 사용이기에 단점이 명확하다. 주거용 공간은 창문과 자연 환기가 필수인데, 오피스 구조에서는 창 없는 내부 공간이 많다. 또한, 수도·전기·환기·방음 설비를 대부분 새롭게 다시 해야 한다. 그럼에도 유휴 자산을 주거 공급으로 전환함으로써 주택난을 완화하고, 공실로 침체된 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ADU의 일반화
도심지 밖 주택가에서는 또 다른 해법이 부상하고 있다. ADU(Accessory Dwelling Unit)의 활용이다. 고액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 부담 때문에 세입자들은 더 작은 단위의 주거를 찾게 되었고, 집주인들 역시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원한 결과물이다.
캘리포니아는 특히 ADU 관련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에서 ADU 공급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차고를 개조하거나 뒷마당에 별도의 작은 주택을 짓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고령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다세대 주택의 새로운 형태가 되었으며, 외부인에게 임대를 내줄 경우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는 구조가 되었다.
미국 주택을 구하고 있는 한인들에게
한국에서는 ‘국평 34평’이 표준이자 일반적인 주거 형태가 되어, 누구나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미국에 처음 이주한 한인들은 아파트나 콘도와 같은 형태를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선택은 미국 정착 초기에는 합리적일 수 있다. 아파트나 콘도에 렌트로 거주하면서 미국의 생활 방식에 적응하고, 언어를 익히며, 부동산 제도와 세금 구조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등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산을 늘리며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미국의 주거 문화와 선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주택은 크기나 평면상 차이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Single Family House라고 불리는 단독 주택에 살며, 마당 생활을 경험하고, 주택이 주는 여유를 느껴보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 집을 찾고 있는 한인들에게, 집을 찾는 여정이 미국에서의 삶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끝에 더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얻길 응원한다.